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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격의 거인, 논란의 애니메이션

kaayaa 2021. 4. 19.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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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진격의 거인 전 시즌을 몰아서 정주행했습니다. 진격의 거인은 예전에 1기 방영을 시작했을 때 약간 보다가, 우익 논란을 듣고 하차했었어요. 그러다 최근에 유튜브에서 당시 우익 논란의 근거에 문제가 있었고, 이후 진행된 애니메이션 내용을 보면 우익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말을 들어서, 직접 보고 판단해보자는 생각에 다시 정주행을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 넷플릭스에 올라온 5기까지 다 본 뒤의 감상입니다.

 

 

 

 

일단 진격거 자체가 굉장히 잘 만든, 근래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드문 수작임에는 분명해 보입니다.

어렸을 때부터 애니메이션을 좋아해서 많이 봤었지만 2000년대 중반 무렵부터 급격하게 진행된 모에화와 퀄리티 저하 때문에(....) 점점 보는 애니가 줄어들다가 손절을 쳤었는데요. 최근에 핫했던 귀멸의 칼날 추천을 듣고 봤다가 꽤나 실망했었는데, 진격거는 간만에 본 애니 수작이었습니다.

 

다소 중2스러운 일본 애니 스타일도 부담스럽지 않은 선이었고, 캐릭터 서사나 플롯, 작화 등등 전반적으로 다 만족스러운 애니였어요. 한정된 섬이라는 공간에서 시작해서 사방팔방으로 떡밥을 뿌리다가, 대륙의 존재가 드러나고 거인들의 비밀이 드러나는 과정까지 빈 틈도 거의 없고 속도감 있게 진행돼서 끝을 볼 때까지 다음 화를 계속 보게 되더라구요.

 

거기다 절단신공은 어찌나 잘 해 놓으셨는지 다음 화를 안 보기 어려웠습니다. 저야 5기까지 한번에 볼 수 있었으니 망정이지, 온에어 때 달렸으면 힘들었겠다 싶었어요.

 

 

 

등장인물의 캐릭터들도 좋았습니다. 솔직히 주인공은 3-4기 이전까지는 좀 짜증이 많이 났지만(...) 뭐 전형적인 일본 애니 남주인공이라 어쩔 수 없다 치고, 그 외 주변 인물들은 개성도 있으면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잘 세워놓은 것 같았어요.

1, 2차 세계대전을 짬뽕시켜놓은 세계관이나 무기들도 독특했습니다. 섬과 대륙의 무기 발달이 워낙 다른 방향을 향하다 보니, 두 세력이 처음 부딪칠 때 전투씬들도 재미있었구요.

 

다만 가장 최근 방영된 5기에서는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교차되어 나오면서 할 이야기가 많은 건 알겠는데, 같은 이야기들이 지나치게 반복돼서 이야기가 앞으로 못 나아가는 것 같았어요. 아직 회수돼야 할 떡밥은 많은데 언제 다 회수하려나 싶더라구요. 그덕에 5기는 보는 내내 좀 지루했었네요.

 

 

 

그렇다면 진격의 거인은 과연 우익 애니메이션인가, 에 대해서도 생각해 봤습니다. 현재까지의 결론은 우익이라고 보기는 어려울 것 같다는 게 제 생각입니다.

 

중간 즈음에는 약간 우익 스멜이 난다고 생각했어요. 왜 조상들이 한 일 때문에 지금 우리가 이렇게 핍박 받아야 하냐는 대사들이 자주 나왔었고, 전체적인 연출도 조상들의 악행으로 억울하게 차별 당하면서 살아가는 느낌을 자아냈습니다. 새장 속에 갇혀있다는 표현이 연상시키는 뉘앙스도 그렇구요. 에르디아인들이 수용되어 있는 장면은 꼭 2차 세계대전 때 유대인들을 연상시키기도 했어요.

 

하지만 애니가 진행되면서 작가는 그냥 전쟁에 관한 여러 의견을 다 넣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죄책감을 가지고 조상들의 빚을 갚으려는 사람들도 있었고, 전쟁 때문에 서로 소중한 사람을 잃고 그 때문에 시작되는 복수의 사이클도 있었고, 자식을 잃었음에도 복수하지 않고 용서하려는 사람들도 있었으니까요.

 

저는 만화책은 보지 않고 애니만 보기도 했고, 애니도 완결이 난 게 아니라 기다려봐야겠지만 애니메이션 자체만 봤을 때는 우익이라기에는 어렵다는 게 제 결론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괜찮냐고 한다면, 그건 또 아니에요. 만약 이 애니를 만든 사람이 일본이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이었다면, 반전을 주제로 하면서 다양한 의견을 녹여내는 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아요. 애초에 우익 논란도 없었을 거고 충분히 만들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작가의 국적이 일본이라면 문제가 좀 다르다고 생각해요. 독일처럼 충분한 사과와 과거사에 대한 합의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여전히 원폭 피해만 부각시키면서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나라에서 반전을 주제로 이런 작품을 만들었다는 거 자체가 별로 고깝게 보이진 않네요. 

 

에르디아인처럼 조상의 악행 때문에 핍박받고 고생을 하기는 커녕 반성도 없고 오히려 한국전쟁 특수로 이득을 얻었고, 지금까지도 뻔뻔하게 잘 살고 있는 나라에서 만들 건 아니죠.

 

서로에게 복수하지 않고 용서하는 쪽으로 가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가해자가 피해자 코스프레를 하는 주제에 용서 어쩌고 하는 말을 한다는 거 자체가 기만이니까요. 

 

작가가 우익을 타겟팅해서 만든 정도까지는 아닌 거 같지만, 그냥 우익적인 역사관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사람이 만든 물타기 애니메이션 같다는 감상이었습니다. 그런 역사 교육을 받고 자란 사람의 머리로 뽑아낼 수 있는 최선이 그냥 저 정도인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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