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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나빌레라, 너도 날아오를 수 있어

kaayaa 2021. 4. 23. 1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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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나빌레라의 종영이 한 주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최근에 봤던 한국 드라마 중에서는 가장 인상 깊었던 드라마였어요. 아직 엔딩은 한 주 더 남아있지만, 그간의 감상을 정리해 보려고 해요.

 

 

 

나빌레라의 백미는 뭐니뭐니 해도 심덕출 할아버지였습니다. 어떻게 그렇게 캐릭터를 잘 잡았는지 너무 매력적인 인물이었어요. 꿈을 좇으려는 사람의 모습은, 나이와 상관 없이 모든 사람에게 감동적인 거 같아요.

 

처음 발레를 배우겠다고 했을 때, 채록이가 할아버지를 가르치기 싫다고 대놓고 뭐라고하고 핀잔을 주는데, 손주뻘인 아이한테 그런 말을 들으면 자존심이 상하고 화를 낼 법도 한데 전혀 어려운 기색도 없다는 게 정말 놀라웠어요. 그만큼 꿈에 대한 열망이 간절한 사람은 웬만한 어려움은 전혀 문제가 안 되는 거겠죠. 

 

옆에서 뭐라고 하든, 어딜 가든 수첩을 들고 다니면서 모두 적고, 열심히 보고,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더 배우려는 열정적인 모습이 마음에 울림이 되더라구요. 지금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지도 생각해보게 됐습니다.

 

 

덕출 할아버지가 이만큼 인기가 있었던 건, 나이와 상관없이 꿈을 쫓아가는 사람의 모습이 아름답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진정한 어른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배우는 데는 자존심을 내세우지 않고, 어른이랍시고 멋대로 권위를 내세우지도 않고,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조언과 격려를 솔직하고 사려깊게 해 줄 수 있는 건 쉬운 일이 아니죠.

부상으로 콩쿨을 못 나가게 된 채록이에게 다음이 있다고 조언해주는 장면이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고단한 삶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고, 끝까지 걸어낸 사람에게만 나올 수 있는 관록의 깊이와 무게였어요.

 

 

슬럼프에 빠진 채록이에게 끊임없이 할 수 있다고 격려하는 말들도 좋았습니다. 낯간지러울 수도 있는 말을 아랑곳 하지 않고 진심으로 격려해주는 덕출 할아버지가 저한테도 참 위로가 되더라구요.

사는 게 참 쉽지 않을 때가 많고, 어릴 때부터 홀로서기를 해야 했던 채록이에게 아무도 그런 격려를 해주지 않았을 텐데, 처음으로 경험하는 어른의 격려가 채록이의 인생에도 큰 자양분이 되었을 거 같아요.

 

다시 오토바이를 타기까진 꼭 1년이 걸렸지만 결국 다시 탔어. 포기 안 했거든. 걷고 또 걸었거든. 다음은 있다, 채록아.

 

 

그럼에도 불구하고, 늙어간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지. 솔직히 드라마를 보기 전에 덕출 할아버지가 치매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땐 좀 실망스러웠어요. 노인을 소재로 한 드라마에서 흔하게 나오는 소재라,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하지만 실제 드라마를 보면서는 생각이 좀 바뀌었습니다.

 

생각이 바뀌게 된 건, 덕출 할아버지를 연기한 박인환 배우님의 공이 컸어요. 박인환 배우님의 연기는 자칫 클리셰스러울 수 있는 장면들을 어딘가에 실재하고 있을 것 같은 어떤 사람의 인생처럼 보이게 만드는 힘이 있는 거 같아요.

나이가 들고 몸이 늙어도, 마음은 여전히 꿈꿀 수 있고 욕망하는데,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때가, 점점 마지막이 온다는 사실은 참 서글픈 것 같습니다. 아직 뭐든 할 수 있는 지금, 어떤 인생을 살아야 할 지 생각하게 만드는 드라마였어요.

 

날이 이렇게 좋은데 이렇게나 화창한데...내가 왜...도대체 왜... 엄마 아버지, 나는 어떡해요..

 

다만 장남 심성산의 스토리는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후반에 들어 갑자기 회사에 문제가 터지는 설정은 좀 작위적인 느낌이 강했어요. 변곡점을 주고 싶은 의도는 알겠지만, 굳이 필요한 장치였을까 싶더라구요.

 

아쉬움은 다소 있지만, 덕출 할아버지의 하드캐리로 드라마는 간만에 마음에 남는 드라마였습니다. 다음주 엔딩이 어떻게 날 지 기대가 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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