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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추천하기는 애매한 사극 리뷰 5 - 신의(信義, Faith)

kaayaa 2021. 2. 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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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신의 공홈


신의는 2012년 sbs에서 방영된 퓨전 사극입니다. 이민호, 김희선, 유오성, 류덕환 등등 상당히 화려한 캐스팅을 자랑했던 드라마인데요.


드라마 소개를 빌리자면, “고려 시대의 무사, 현대 여의사의 시공을 초월한 사랑과 진정한 왕을 만들어 내는 과정을 그린 드라마”입니다. ktx타고 가면서 봐도 퓨전 사극이죠.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었지만, 그냥 퓨전도 아니고 “판타지 퓨전 사극”이라 호불호가 좀 갈릴만한 드라마입니다.

 


신의는 방영하기까지도 우여곡절이 좀 많았습니다. 원래는 한의학이 가미된 타임슬립물이었고 제목도 신의(神醫)였다고 해요. 비슷한 시기에 방영했던 닥터진과 내용이 너무 비슷한 게 아니냐는 논란이 있고 이런 저런 사정으로 드라마 내용도 바뀌면서 지금의 제목으로 바뀌었다고 하더라구요.

 

 

**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드라마 신의는 고려 무사 최영과 현대에서 타임슬립한 의사 유은수의 이야기입니다. 타임슬립을 가능하게 하는 천혈이 열리고, 천혈을 통해 최영이 은수를 고려로 가게 되면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솔직히 신의는 판타지적인 요소가 유치하게 연출될 때도 많고 주요 인물들 감정선(특히 은수)이 미친듯이 널을 뛰고 허술한 구석도 많아서, 객관적으로만 보면 만듦새가 좋은 드라마라고 하기엔 부족한 면이 많습니다.

 

그래도 여러 단점들을 커버해 줬던 건 역시 주인공 최영이라는 캐릭터의 매력이었어요. 참고로 진짜 역사에서 나오는 최영과는 이름 외에는 비슷한 구석이 거의 없다고 보셔도 좋습니다. 아예 동명이인 다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편할 거에요.


출처 : 신의 캡처



최영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무사’라는 단어를 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언행 하나하나가 무겁고 어떤 상황에서도 올곧고 자기가 해야 할 바를 다 하는 충성된, 그런 캐릭터입니다. 왕에게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우직하고 변하지 않는 점이 매력적인 캐릭터였어요.


과거 최영은 적월대라는 군사 조직에 몸을 담고 있었고, 나라와 임금에게 충성했음에도 억울하게 동료들은 죽어나가고 결국 아버지 같은 대장과 사랑하는 정인의 생명도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 때문에 그는 여전히 살아 있으나 어떤 삶의 목적이나 의미도 없이 공허한 삶을 이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자기 목숨도 상흔도 그에게는 별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은수를 만나게 되고, 어디로 튈 지 모르는 은수와 함께 하면서 점점 은수를 마음에 담게 되고 그의 많은 것들이 변화하게 됩니다. 다시 돌이켜 보니 멜로 라인 자체는 정말 전형적인 클리셰긴 하네요(...)

 


어찌 보면 전형적인 스토리 라인이지만, 최영이 매력적이었던 건 항상 중심을 잃지 않는 면 때문이었습니다. 최영은 조카처럼 아끼던 경창군을 잃었을 때도 복수에 매몰되기 보다 여전히 왜, 무엇을 위해서 싸워야 하는지 잊어버리지 않았습니다. 최영은 왕에 대한 충성도 사랑하는 여인에 대한 연모 사이에서도 균형을 잃어버리지 않았구요.


잘못하면 둘 중 하나를 포기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에서 두 사람 모두를 위한 길을 찾아냅니다. 우직하고 충성스럽지만, 똑똑하기도 한 캐릭터에요. 강직함과 올곧음은 잘못하면 시시하고 진부할 수 있는 면인데, 그런 특성을 굉장히 매력적으로 풀어낸 캐릭터라고 생각해요.




최영과 공민왕의 케미도 상당히 좋았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서로를 신뢰하고, 서로 세워주는 군신관계였습니다. 사실 드라마 뒤로 갈수록 주인공 은수의 감정선이 워낙 불친절하고 널을 뛰어서 어떤 면에서는 최영과 공민왕 케미가 더 좋을 때도 많았었구요.

 

정치적인 판을 그리는 게 뒤로 갈수록 점점 허술해져서 공민왕도 뒤로 갈수록 캐붕이 많이 오긴 했지만ㅠㅜ 초중반까지는 쇠락해 가는 나라의 왕으로서의 고민이 잘 드러났던 캐릭터였습니다. 공민왕을 연기했던 류덕환 배우도 워낙 연기를 잘하기도 하구요.

 


신의의 가장 아쉬운 점은 주인공 유은수 캐릭터였습니다. 나름 의대를 갈 정도로 머리가 좋고 강남에서 성형외과를 할 정도면 눈치나 말빨도 좋았을 텐데, 아무 생각 없이 역사 스포를 마구 날리고 그게 자기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1도 없어 보입니다. 그런 행동을 극 초반에만 하는게 아니라 꽤 드라마가 진행될 때까지도 하고 있으니까요.

 


감정선도 널을 뜁니다. 은수가 행동하는 걸 보면 최영에 대해 좋은 마음이 있는 건 분명해 보이는데, 어떨 때는 조금의 신뢰도 없이 쉽게 오해하기도 합니다. 아무 마음이 없는 것 같앗다가 갑자기 더 이전 과거에 자신이 와서 남긴 다이어리를 보더니 그 때부터 최영에 대한 감정선이 급물살을 탑니다.

자기 감정에 확신이 없다가 다이어리를 보고 확신하는 게 아니라, 아예 없던 감정이 생기는 느낌이었거든요. 본방 때 다이어리로 감정을 세뇌당한 게 아니냐는 비아냥이 나오기도 했었죠.

 


초반에는 당당한 현재 녀성 컨셉으로 나오다가 시간이 가면서부터는 갑자기 가녀린 여자 테크를 타기도 하구요. 그래도 초반에는 생각이 좀 없어 보여서 그렇지 톡톡 튀는 느낌이라도 있었는데 너무 전형적인 캔디 캐릭터가 돼버리더라구요.


출처 : 신의 캡처


판타지 요소들도 이 드라마의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점입니다. 일단 최영부터가 검기를 쓰고 기철은 빙공을 사용합니다. 기철의 부하로 등장하는 천음자는 음공을 써서 공격을 하거나 대화를 엿듣기도 합니다. 참고로 천음자를 연기한 배우는 성훈입니다. 이 때는 더 어색한 느낌이 많이 드는 게 확실히 신인 티가 많이 나더라구요.


문제는 이런 장면들이 오그라들 때가 꽤 많아서ㅠㅜ 저는 재미있게 신의를 봤음에도 본방 보는 도중에 좀 힘들어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약간의 항마력을 발휘할 수 있다면 나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드라마, 신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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