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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평점

화이트 타이거, 호랑이는 우리에서 탈출 했는가?

kaayaa 2021. 4. 9. 1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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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영화라고 하면 흔히 영화 중간 중간 흥겨운 음악과 춤, 코믹한 장면들이 들어간 영화를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점에서 화이트 타이거는 기존에 봤던 인도 영화와는 상당히 결을 달리 하는 영화였어요.

 

물론 화이트 타이거를 인도 영화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감독은 이란 이민자 출신의 부모를 둔 미국인이니까요. 영화 자체도 인도인이 만들지 않았기 때문에 나올 수 있었던 내용들이 대부분이구요. 하지만 인도 사회를 조망한다는 점에서는 큰 틀에서는 인도 영화라고 볼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화이트 타이거의 주인공 발람은, 어려서부터 한 세대에 나올까 말까할 정도로 희귀한 ‘화이트 타이거’라고 불릴 정도로 똑똑한 아이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집은 가난했고 신분이 낮았죠. 발람은 할머니의 강압으로 공부를 포기하고 일을 시작했고, 뼛속까지 노예근성이 박힌 채 성장합니다.

 

발람은 발람의 집을 다스리는 주인집의 막내 아들 아쇽의 운전기사가 됩니다. 미국에 유학을 다녀온 아쇽과 그의 아내는 다른 주인들과 달리 발람을 친절하게 대했고, 발람은 그런 아쇽을 존경합니다. 그러나 아쇽과 그의 아내가 음주 운전을 하다 뺑소니 사고를 내자 주인집에서는 발람에게 범인 누명을 씌워버립니다. 다른 사람과 달랐다고 생각했던 아쇽은 발람을 외면했고, 아쇽의 아내는 인도 사람들의 위악에 질려 미국으로 떠나 버리죠.


발람은 아쇽을 죽이고, 그가 정치인들에게 뇌물로 주려 준비한 돈을 가지고 달아납니다. 발람은 사업에 성공했고 사고가 나더라도 모든 책임을 회사에서 진다며, 자신은 그의 옛 주인과 다르다고 독백합니다.

 

 


영화 화이트 타이거에서는 닭장 이미지가 자주 상기됩니다. 바로 앞에서 닭을 죽여도 닭들은 도망칠 생각도 의지도 없이 평생을 닭장 속에서 갇혀 지냅니다. 닭들에게 세상은 그 닭장이 전부인 셈이죠.

 

발람은 마지막에 자신은 닭장을 탈출했다고 말하기도 하고요. 신분제도가 무서운 점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오랫동안 신분제가 지배하는 사회에서 살면 무엇이 잘못됐는지 깨닫지도 못하게 되니까요.

 


그런 의미에서는 아쇽이나 발람은 모두 닭과 같아 보였습니다. 물론 아쇽은 발람과는 반대로 위협하고 이용하는 입장이지만, 뺑소니 사고 이전의 아쇽은 자신은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을 테니까요.

한 인간이 자신이 자라난 사회의 문제를 자각하고 벗어나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그거야 말로 화이트 타이거가 아닐까요. 많은 사람들이 카스트 제도를 비난하고, 여전히 없어져야 하는 제도라고 생각하지만, 내가 신분제 사회에서 자라난 게 아니기에 함부로 잘못된 제도를 없애지 않는다며 그들을 어리석다고 비난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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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트 타이거는 여전히 카스트 제도가 남아있는 인도의 사회 문제를 건조하게 들여다 본 영화였습니다. 영화는 번듯한 사업가가 된 발람이 자신의 과거를 회고하며 후진타오 주석에게 메일을 쓰는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영화에서는 세 종류의 사람이 나옵니다. 결국 자신이 뼛속까지 인도인이라는 걸 깨닫고 신분제에 편승하는 아쇽, 그런 인도인들을 경멸하며 도망치는 핑키, 그리고 마침내 신분제에서 탈출해 부유해졌지만 살인이라는 범죄를 저지른 발람. 올바른 방법으로는 결코 닭장을 벗어날 수 없다는 말처럼 들리기도 해서 한결 더 씁쓸했었던 것 같네요.

제 개인적인 평점은 5점 만점에 4점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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