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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멋대로 평점

블라인드 사이드, 동화 같은 실화 이야기

kaayaa 2020. 12. 20.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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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우리나라에서는 2010년에 개봉한 영화입니다.

우연히 유튜브 알고리즘에 뜬 리뷰영상의 썸네일이 괜찮아 보여서 대략 줄거리를 찾아봤는데, 평점도 높고 괜찮아 보인데다 마침 넷플릭스에도 있어서(!) 바로 보게 되었네요.

 

 

블라인드 사이드라는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는 주인공이 눈이 보이지 않는 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고 미식축구의 용어를 따온 제목이었습니다. 이름 그대로의 뜻은 보이지 않는 곳, 특히 미식축구에서 쿼터백이 보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뜻하는 말이라고 하네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실제 주인공의 포지션도 쿼터백이 보지 못하는 공격으로부터 그를 보호하는 래프트 태클입니다. 복지의 사각지대에 놓인 주인공의 환경을 상징하는 제목이기도 한 것 같아요.

 

 

 

영화의 줄거리는 평이한 편입니다. 사실 2-3줄의 영화 소개글만 봐도 어떤 성격의 인물들이 나와서 어떤 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될 지 빤히 보이는 영화죠. 실제로 예상대로 진행되기도 하고요.

 

그러나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진짜 힘은 '실화'라는 데서 비롯되는 것 같아요. 실화 기반 영화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때로는 현실에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일들이 벌어지곤 하니까요. 원래 이런 감동스토리 류의 영화를 좋아하는 편은 아닌데, 한 주간 일에 치이고 사람에 치이게 되는 주말에는 마음이 뭉클해지는 영화가 당기는 거 같습니다. :-)

 

 

주인공인 마이클 오어, 통칭 빅 마이크는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났습니다. 어머니는 마약에 찌든 마약중독자에 아버지는 누구인지도 모르고 수많은 이복형제들은 뿔뿔히 흩어졌습니다. 그나마 마이클을 불쌍하게 생각한 위탁가정의 도움으로 괜찮은 기독교 재단 학교에 들어오게 됩니다.

 

하지만 백인만 가득한 학교에서 마이클은 꿔다놓은 보릿자루처럼 겉돌고 제대로 된 교육도 받지 못해 수업도 따라가지 못하죠. 설상가상 원래 살던 집에서도 살지 못하게 되면서 비오는 날 거리를 떠돌게 되고, 그 때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 리앤을 만나게 됩니다.

 

 

리앤은 오갈곳 없는 마이클에게 집을 내주고 그에게 관심과 사랑을 베풀어 줍니다. 그리고 그의 재능과 가능성을 눈여겨보며 미식축구를 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고, 개인 교사까지 고용해 대학에 특기생으로 갈 수 있도록 온갖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처음에는 수업이나 따라오겠냐며 마이클을 탐탁지 않게 여기던 선생님들도 한 선생님의 노력으로 발전하는 마이클을 보면서 마이클을 도와주기 시작하고요.

 

영화는 엔딩에 가까워질 때까지 큰 갈등이 등장하지 않습니다. 백인만 가득한 학교에서 극빈층 흑인인 마이클을 타겟 삼아 괴롭히는 학생들도 없고, 주변에는 온통 마이클을 도와주려는 사람 뿐입니다.

 

이게 실화가 아니었으면 어디 동화속 꽃밭 이야기를 하냐며 코웃음을 쳤을 텐데 실화라는 게 놀랍기도 하고, 한 사람의 관심과 사랑이 한 사람의 인생을 얼마나 바꿔놓을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되네요.

 

특히 리앤 가족이 마이클을 입양해 법적인 가족이 되기를 제안하는 씬에서 "이미 가족이 아닌가요?"라고 되묻는 마이클의 대사가 인상 깊었습니다. 잘 수 있는 집, 갈아입을 수 있는 옷, 대학을 가도록 돕는 지원도 중요하지만, 새 집에 갈 때마다 도망쳤던 마이클이 마음을 열게 된 건 리앤과 그 가족들의 사랑이라고 생각해요. 너무 식상한 말이지만 사랑만큼 사람을 놀랍게 바꿀 수 있는 게 없다는 것도 사실이니까요.

 

 

이 영화의 가장 큰 갈등은 마지막에 등장합니다. 미시시피대를 졸업했고 그 학교 미식축구팀의 열성팬인 리앤은 마이클이 미시시피대에 가기를 원합니다. 설득 아닌 설득 끝에(?) 마이클은 미시시피대를 가기로 결정하지만, 그 때문에 억지로 미시시피대에 가게 된 게 아니냐는 의심을 사고 조사를 받게 되죠.

 

돈많은 백인들이 돈은 없지만 재능이 있는 유색인종을 후원해 비슷한 사례를 만들까봐 조사하는 거라고 하는데, 글쎄요. 솔직히 다른 학교들의 질시에서 비롯된 게 아닌가 싶어요. 자기 대학에 능력있는 운동선수 한 명 보낸다고 그렇게 많은 돈과 시간, 에너지를 들이는 게 더 이상한 것 같은데.

 

조사관은 리앤이 애초에 미시시피대에 마이클을 보내기 위해서 그에게 접근하고 지원해준 게 아니냐고 반문합니다. 충격을 받은 마이클은 뛰쳐나가고 갈등이 고조되나 했지만, 이 갈등은 손쉽게 봉합됩니다.

다시 만난 마이클과 리앤은 진솔한 대화를 나누며 서로의 진심을 알게 되고, 마이클 스스로의 선택으로 미시시피대에 가게 됩니다. 마이클은 조사관과 다시 만나 대화하며 가족이 그곳에 다녔기 때문에 간거라고 말하며 영화는 마무리됩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포인트는 리앤 역할을 맞은 산드라 블록이 아닌가 합니다. 리앤이 마이클에게 엄청난 수혜를 베푸는 건데도 위에서 내려다보는 듯한 동정심이 전혀 느껴지지 않거든요. 그러면서도 그를 안타까워하고 사랑해주는 캐릭터를 정말 잘 표현한 것 같아요.

쿨함을 사랑하는 미국인 특유의 느낌이 잘 묻어나는 연기였습니다. 학교 미식축구 감독에게 마이클을 제대로 훈련하고 키우라며 간섭하고 방향을 제시하는 모습도 주도권 세고 욱하기도 하는 리앤의 모습을 입체감 있게 살린 것 같아요. 

 

마이클을 연기한 퀸튼 아론도 가난과 불우한 환경에서 습관적으로 학습된 무기력과 우울함, 그리고 서서히 리앤의 가족이 되면서 밝아지는 모습을 너무 잘 표현했구요.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의외의 재미는 깨알같은 미국 문화였습니다. 미식 축구에 대해서는 터치 다운을 한다는 것 외에는 아는 게 없는 사람이라(...) 영화 시작부터 나오는 레프트 태클 포지션처럼 간간이 나오는 미식 축구 이야기들도 재미있었습니다.

 

특히 재미있었던 건 전형적인 공화당+상류층 백인가정에 민주당원 가정교사가 들어오는 장면이었네요. 막 채용을 결정하던 차에 진지하게 꼭 알아두셔야 할 게 있다며 뜸을 들이길래 뭔가 했더니 ㅋㅋㅋ 비장한 태도로 난 민주당원이라고 고백하는 가정교사나, 마이클을 가르치는 가정교사를 보며 우리집에 흑인 아이가 생기질 않나, 민주당원이 들어오질 않나 하면서 오래 살고 볼 일이라며 농담반 탄식하는 리앤 부부의 모습도 재미있었습니다.

 

 

블라인드 사이드는 러닝타임은 128분으로 그리 길지도 짧지도 않은 시간입니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는 이맘때 가족들과 함께 맘편히 보기 좋은 영화로 추천드려요 :-)

 

 

**사진은 모두 네이버 영화 스틸컷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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