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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추천하기는 애매한 사극 리뷰 1 -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

kaayaa 2021. 1. 1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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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을 보다 보면 개인적으로는 정말 재밌게 봤고 취향에도 맞지만, 다른 사람에게 추천하기에는 약간 애매해지는 작품들도 나오는데요. 그런 드라마들은 장점이 분명한 만큼 단점도 두드러진다던가, 어떤 특징이 호불호가 많이 갈리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출처 : SBS 보보경심 공홈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저에게 그런 드라마 중 하나입니다. 이 드라마는 중국 드라마 보보경심을 리메이크한 작품인데요. 원작인 중드 보보경심도 상당히 재미있는 드라마라 아직 보지 않으신 분들이라면 한번쯤 봐도 좋은 드라마입니다. 초반에 청나라 변발의 장벽만 잘 넘어간다면요(...)

여담이지만 청나라 배경 사극은 변발이 가장 큰 진입장벽이라고 하죠. 보다가 익숙해지면 황자들이 잘 생겨보이는 마법이 일어난다는데 드라마가 끝날 때까지 저에게 그런 마법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ㅠㅜ

 


어쨌든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컨셉은 중드 보보경심의 틀을 따릅니다. 현대에 살던 해수가 사고로 고려 태조 시대로 타임슬립을 하면서 일어나는 퓨전 사극인데요. 8황자 왕욱의 처제가 된 해수는 현대인의 습성(?)을 버리지 못한 탓에 황자들 눈에 튀는 인물로 들어오게 되죠. 덕분에 여러 황자들과 얽히게 되면서 드라마가 전개되기 시작합니다.

추천하기 애매한 사극에 보보경심을 넣긴 했지만, 사실 매력도 굉장히 강력한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지금도 보보경심을 생각하면 가장 떠오르는 장면은 해수와 8황자 왕욱의 눈밭 산책씬입니다. 왕욱은 톡톡 튀는 해수가 조금씩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고, 해수 역시 갑자기 고려시대에 떨어지면서 아는 사람 한 명 없이 막막할 때 처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이 왕욱이었죠.

 

소위 썸을 타는 사이가 된 두 사람이 조심히 눈밭을 걸어가는 장면은 아름다운 눈밭을 배경으로 해서 미장센이 굉장히 인상깊은 씬이었습니다. 물론 뒷내용을 아는 상태에서 다시보면 염전밭 시작 직전이라 좋지만은 않지만요ㅠㅜ

 

 


제가 생각하는 보보경심의 두 번째 매력은 이 중에서 니가 좋아할 만한 황자가 한 명은 있겠지, 라는 등장인물 구성입니다. 사극에서 이런 역하렘 느낌의 구성은 아마 거의 처음이지 않을까 싶은데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해수를 배신하긴 하지만 다정한 8황자 왕욱, 나쁜 남자 스타일의 4황자 왕소, 악역이지만 예쁜 남자 3황자 왕요, 다정다감한 친구 13황자 백아, 장난기 넘치고 소년미를 보이는 10황자 왕은, 우직한 서브남 재질 14황자 왕정까지. 웬만한 드라마에서 찾아볼 수 있는 남자 주인공 스타일은 하나씩 모아 놓았습니다.

 


거기다 캐스팅 된 배우들의 비주얼도 구멍 없이 다 짱짱해서 이런 캐릭터 설정의 강점을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심각하게 드라마가 전개되기 전까지는 보는 즐거움이 쏠쏠한 드라마였죠.

 

출처 : SBS 보보경심 공홈


호불호가 좀 갈릴 수는 있겠지만, 비극으로 끝난 메인 커플의 사랑 이야기도 좋았습니다. 이런 흐름은 원작 보보경심과 동일하게 진행되었더라구요. 왕권과 권력의 향방 속에서 어쩔 수 없이 왕소와 이어질 수 없었고, 마지막까지 해수의 곁에 남은 건 왕정이었죠.

 

타임슬립 후 꽤 오랜 기간 고려에 살았어도, 어쩔 수 없이 해수는 현대의 평범한 사람이라서 모든 권모술수를 뚫고 황제 곁에 서는 건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전반적으로 원작 보보경심과 비슷한 흐름으로 가면서도 리메이크 드라마로 특징을 잘 살린 줄거리였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의 연인 보보경심을 쉽게 추천할 수 없는 건 아래와 같은 이유 때문인데요.
첫 번째는 방영 중에도 말이 많았던 수많은 얼빡샷과 너무 엉성한 연출입니다. 초반에는 분명히 상당히 아름다운 미장센과 괜찮은 연출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요. 드라마가 후반으로 진행될 수록 걸핏하면 얼굴을 화면 전체에 클로즈업하는 얼빡샷들이 속출하기 시작합니다.

 

아니 100% 사전제작으로 진행됐는데 도대체 왜 이런 건지 모르겠네요. 심지어 측면도 아니고 정중앙 정면 얼빡샷(...) 드라마 흐름을 방해한다고 느낄 정도였으니까 말 다했죠. 연출씬들도 너무 엉성해서 90년대 뮤직비디오를 보는듯한 장면 때문에 몰입도가 깨질 때가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사전제작이 아니면 후반 들어서 생방 촬영이 됐나 보다 하겠는데, 사전제작에 이런 장면들은 감독의 역량부족이라고 밖에 할 수 없을 거 같습니다.

 

 

 


두 번째는 배우들의 연기와 감정선과 이야기 흐름 문제인데요. 이준기야 뭐 연기로는 깔 게 없는 배우고, 아이유도 첫 사극이었을 텐데 전혀 문제를 못 느낄 만큼 연기를 잘 해서 놀랐습니다.

 

문제는 나머지 황자들이었는데요. 엄청난 발연기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어색함을 지울 수 없더라구요. 사극의 경우 톤과 발성이 어렵기 때문에 현대극에서 나름 연기가 괜찮다고 생각했던 배우들도 사극만 오면 구멍이 되는 경우가 종종 있죠. 특히 왕요와 왕은의 경우 캐릭터도 톤이 많이 튀다 보니 보기가 좀 힘들었습니다.

 

감정선이나 드라마 흐름도 문제가 많았죠. 주요 인물들, 특히 해수의 감정선이 불친절하고 이리 튀고 저리 튀는 감이 있었습니다. 왕욱이 해수를 떠나기 전까지는 그래도 좀 나았던 것 같은데, 그 뒤부터는 스스로 납득시키면서 봐야 할 때가 많았어요. 약간 다른 이야기인 하지만, 초반에 과한 개그씬도 많아서 오그라들기도 했구요. 

 

 

 

달의 연인 보보경심 려는 배우의 팬이거나, 캐릭터가 충분히 매력적이라면 엉성한 연출은 참을 수 있는 분이라면 한 번쯤 볼만한 사극입니다. 연출, 미장센, 연기가 드라마 시청에 중요한 요소라면 끝까지 보기가 좀 어려울 수 있을 거 같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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