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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추천하기는 애매한 사극 리뷰 2 - 기황후

kaayaa 2021. 1. 12.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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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작품성을 평가할 수 있는 요소는 사람마다 다양합니다. 구멍 없이 짜임새 있는 설정과 전개, 감독의 연출, 배우들의 연기가 대표적인 기준이 될 텐데요. 그 외에도 사극에서는 고증과 역사성을 기준으로 삼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00% 퓨전이 아니라면 과거가 배경이기 때문에 고증과 역사성을 기준에서 제외하기는 어렵죠.

 

 

출처 : MBC 기황후 공홈


기황후는 고려시대 역사를 배우다보면 접하게 되는 기철의 누이입니다. 드라마 기황후는 그녀의 삶과 사랑을 다룬 드라마로, 원나라 공녀로 끌려갔다 황후가 된만큼 대부분의 배경이 원나라로 나오게 됩니다.

내용만 봐서는 기황후는 꽤 재미있고 추천할 만한 드라마입니다. 복수를 다룬 이야기이니만큼 주인공 승냥이가 적들을 하나하나 물리치는 모습이 카타르시스를 주고, 특히 초중반부까지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흡입력을 보입니다.

 

 


주인공 타환의 캐릭터와 주인공 기승냥과 타환 두 사람의 관계성도 매력적입니다.

무예와 지략이 뛰어나고 당찬 여주인공은 종종 있어왔지만, 타환처럼 무능력한 남자주인공은 없었을 거에요. 객관적으로 봐도 훌륭한 황제의 재목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캐릭터입니다.

 


승냥이를 만나 자극을 받고 나름 훌륭한 황제가 되려고 노력하면서부터는 나아지긴 했지만, 카리스마 넘치거나 엄청난 능력을 가진 인물은 아닙니다. 거기다 주인공 승냥이에게 집착하고 사랑을 갈구하는, 애정결핍 피폐물 같은 느낌의 캐릭터죠(...)

그리고 무엇보다 타환을 연기한 지창욱이 이 당시 미모 리즈 시절을 달리고 있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출처 : MBC 기황후 공홈

 


이제까지 사극에서 나온 로맨스 관계와도 결을 달리합니다. 시작부터 타환이 자기 살겠다고 거짓말을 하는 바람에 승냥이 아버지가 목숨을 잃게 되었거든요. 주인공 커플이 악연으로 시작하는 경우는 많지만 그것도 어지간한 수준이어야지, 이렇게 철천지 대원수로 시작하는 사극은 찾기 어렵습니다.

타환에게 승냥이는 처음부터 사랑이었지만, 승냥이는 복수를 위해 타환에게 접근했습니다. 드라마 후반부에 가서도 승냥이의 감정은 100% 사랑이라고 보기엔 어려운 점이 있다고 생각하구요. 타환은 그걸 다 알면서도 승냥이의 치부를 덮어줄 만큼 애정을 갈구합니다.

 


사극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구도를 사극 내에서 그래도 상당히 잘 녹여낸 관계라고 생각해요. 물론 장편 사극이니만큼 중간에 늘어지거나 약간 허술한 구석이 눈에 띄기도 하지만 드라마 전체 질을 떨어뜨릴 정도는 아니었구요. (개인적으로 혈서 에피는 좀 더 분량을 줄여도 좋지 않았나 싶습니다)

 

 

출처 : MBC 기황후 공홈


하지만 모든 장점에도 불구하고 기황후에는 치명적인 단점이 하나 있는데요. 바로 역사 왜곡 문제입니다. 역사 왜곡 문제는 기황후가 방영하기 전부터도 논란이 많았습니다.


가장 문제가 됐던 건 주인공인 기승냥이었습니다. 주인공인 기황후가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자기 이익을 위해 고려를 핍박하는데 앞장선 인물이었으니까요. 그런 사람을 고려를 사랑하는 사람인 것처럼 미화시켰으니 비난을 받을 만도 했습니다.

 


드라마는 드라마로 봐야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지만, 중국이 드라마로 마음대로 우리나라 역사를 왜곡할 때는 그걸 그저 드라마로 받아들이지는 않죠. 물론 제작진이 그럴 의도로 만든 드라마는 아니겠지만, 우리나라 상황을 고려하면 충분히 비난 받을 만한 선택이었습니다.

 

출처 : MBC 기황후 공홈


개인적으로 기황후는 스탠스를 다르게 취해야 했었다고 생각해요. 모티브를 얻었을 뿐 실제 역사와는 다르다는 자막을 띄웠지만, 등장인물 대부분은 실제 역사 속 인물과 이름이 동일합니다. 바얀, 타나실리, 백안, 박불화 모두 그 당이 실존하던 인물이죠. 나라 이름도 고려와 원나라고, 승냥이가 나은 아유시리다라도 실제 인물과 이름이 똑같구요.

아예 퓨전 사극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정통 사극에 가까운 위치였습니다. 정말 모티브만 따고 가상의 나라를 배경으로 했다면 퓨전 사극이라는 실드라도 칠 수 있었을 테니까요.


드라마 자체만 본다면 5점 만점에 4점을 주고 싶을 정도로 재미있지만, 역사 왜곡 문제로 마냥 추천할 수만은 없는 씁쓸한 드라마, 기황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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