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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이야기

마음대로 추천하는 사극 시리즈 3 - 선덕여왕

kaayaa 2021. 1. 16. 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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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대별로 모든 사람에게 레전드로 남은 사극이 보통 하나씩은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에 방영한 사극 중에서 그런 드라마를 꼽자면 선덕여왕을 꼽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방영된 지 상당히 오래된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미실이나 비담 같은 캐릭터가 회자되는 걸 보면 선덕여왕의 임팩트가 어마어마했던 것 같습니다.

선덕여왕은 제목처럼 주인공 선덕여왕 덕만이 어린시절부터 온갖 고난과 역경을 헤쳐 나가 여왕이 되는 이야기를 다룬 드라마입니다. 우리나라 역사에서는 신라를 제외하면 여왕이 전무해서 선덕여왕이라는 인물 자체가 상당히 흥미로운 소재인 것 같습니다.

 

 

출처 : MBC 기황후 공홈

 


선덕여왕은 워낙 웰메이드 드라마라 매력이 넘쳐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큰 매력은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 번째는 역시 미실입니다. 방영 중에 우스갯소리로 드라마 제목을 미실로 바꿔야 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미실을 맡은 고현정 배우의 연기는 정말 어마어마했습니다. 정말 ‘미실’ 그 자체가 된 것 같았어요. 고현정의 존재감이 워낙 압도적이라 다른 주연 배우들의 존재감이 흐려질 정도였으니까요.

 

악역이지만 미워할 수 없고, 어느 순간에는 응원까지 하게 될 정도로 매력적인 캐릭터를 잘 그려냈습니다. 실제로 그 해 연기대상도 고현정 배우가 가져갔던 걸로 기억하구요. 미실이라는 캐릭터는 등장부터 강렬했는데요.

 

드라마 초반에 “사람은 실수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내 사람은 그래선 안된다”며 직접 수하를 처단하는 장면은 아직도 대사를 그대로 읊조릴 수 있을 정도로 기억에 남았습니다. 그 외에도 명대사가 수두룩하죠.

 

 

 


두 번째는 비담입니다. 모자가 드라마를 쌍으로 하드캐리했네요. 사람을 얻는 자, 천하를 얻는다는 드라마의 캐치프레이즈(?) 답게 다른 드라마에서 찾아보기 어려웠던 새롭고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많았습니다.

 

비담은 첫 등장에서 이미 드라마를 찢어버렸죠. 피칠갑을 하고 (그것도 자기 닭백숙을 빼앗아 갔다는 이유로) 모조리 죽여주마, 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하네요. 분명 주인공 편인데 하는 행동은 누가 봐도 악당인, 선과 악을 넘나드는 캐릭터였습니다. 피칠갑을 한 잘생긴 미친놈, 심지어 무력도 ㅅㅌㅊ면 안 좋아할래야 안 좋아할 수가 없죠(...)

 


비담을 연기한 김남길 배우의 연기도 어마어마했습니다. 미실의 아들이라 아마도 덕만 다음으로 미실과 맞붙는 씬이 많았던 것 같은데, 그 고현정을 상대로 기싸움에서 밀리는 느낌이 전혀 없었으니까요.

비담을 계기로 김남길 배우도 스타덤에 올랐구요. 저도 그 당시 비담 때문에 김남길 배우에게 푹 빠져서 필모를 싹 훑어서 정주행했던 기억이 있네요.


세 번째는 속도감 있는 전개와 덕만과 미실의 정치싸움입니다. 중반부를 넘어가면서는 전개가 늘어지기도 하고 중구난방이 되기도 했지만, 초반에는 스피디한 전개를 보입니다. 배경, 상황 설명되는 장면이나 아역들 씬은 지루하기 쉬운데 전혀 지루함 없이 빠져들어 보게 되죠.

 

덕만과 미실의 정치싸움은 선덕여왕의 백미인데요. 특히 덕만과 미실이 초반에 맞붙는 일식 에피는 덕만, 비담, 미실 세 사람이 얽히면서 아주 쫄깃했습니다.

이게 또 상대방이 너무 쉽게 당하면 재미가 덜한데, 상대가 미실이다보니 상대도 워낙 모략이 뛰어나서 수싸움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왕이 되겠다는 덕만의 선언으로 자신의 한계를 발견한 미실의 모습도 인상적이었구요. 캐릭터 분석글로만도 포스팅 1-2개는 너끈히 나올 수 있을 거 같아요.

 

 


물론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아요. 본방을 달렸던 사람으로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후반부부터 점점 심해지는 캐릭터 붕괴였습니다. 워낙 장편 사극이니까 조금씩 허술한 데가 있는 거야 이해할 수 있지만, 덕만이 여왕이 된 뒤부터는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너무 많았습니다.

 

비담 인기가 올라가서 그럴 수도 있지만, 갑자기 멜로가 급진전되기도 하고, 비담 덕만 모두 너무 다른 사람이 된 것 같은 모습이 많았습니다.

그당시 비덕 커플을 지지하긴 했지만 솔직히 덕만 쪽은 감정이 너무 급진전 급발진 돼서 엔딩 포함해서 영 실망스러웠네요. 제 기억에 비덕 커플 지지자 중에서 저 같은 사람들이 꽤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거악은 pd가 드덕들 사이에서 유명한 그 박볼트라는 점^오^ 일식 에피 촬영 때 한여름 뙤약볕에서 8시간 소리 지르는 연기 하는 바람에 김남길 배우가 탈진해서 쓰러졌을 땐 정말 ㅂㄷㅂㄷ......고미실 배우님도 환경 너무 열악했다는 얘기를 하셨었죠(...)

 

그 당시 실방 달리면서 빡친 비하인드 스토리가 한두개가 아니었습니다. 뭐 박볼트야 워낙 유명해서 찾아보면 다른 드라마에서도 그 활약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이제 그만 좀 하셔야 할텐데(....)

 


결론적으로 선덕여왕은 사극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꼭 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입니다. 드라마라는 게 취향 차이가 있긴 하지만, 워낙 잘 만들고 재미있는 드라마라 웬만하면 취향을 뛰어넘어서 재미있는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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