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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천하기는 애매한 사극 리뷰 4 - 장옥정, 사랑에 살다 본문

드라마 이야기

추천하기는 애매한 사극 리뷰 4 - 장옥정, 사랑에 살다

kaayaa 2021. 1. 27.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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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장옥정 사랑에 살다 공홈

 

장옥정, 사랑에 살다는 캐릭터가 매력적인 드라마입니다. 개인적으로 캐릭터가 매력적이면, 전체적인 퀄리티가 좀 떨어지더라도 끝까지 본방사수를 하는 편인데요. 장옥정, 사랑에 살다 역시 그런 드라마 중 하나였습니다.

 


장옥정, 사랑에 살다 드라마 소개를 보면 장옥정을 뛰어난 재능을 가진 패션디자이너로 접근해서 당당하게 자기 인생을 개척해나가는 여성의 삶과 사랑, 권력을 담아낸 드라마라고 나와 있는데요.

아마 작감은 장옥정을 희대의 요부, 혹은 악녀 이미지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캐릭터로 그리고 싶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제가 끝까지 하차하지 않고 이 드라마를 보게 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구요.

 

**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처 : 장옥정 사랑에 살다 캡처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가장 큰 매력은 유아인이 연기한 이순 숙종이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유아인 배우가 다른 연기도 잘 하지만, 특히 숙종처럼 카리스마가 있는 캐릭터나 약간의 광기(?)가 있는 캐릭터를 잘 살리는 것 같아요. 육룡의 이방원도 그랬고 사도의 사도세자도 그랬구요.

 

무튼 이 드라마에서 숙종은 진심으로 옥정이를 사랑하면서도, 그 사랑까지 이용해서 자신이 원하는 판을 깔고 신하들에게 충성을 얻어내기도 하고 정책을 밀어붙이기도 합니다.

 

숙종은 조선에서 몇 안되는, 태어날 때부터 왕자였고 세자로 책봉되어 왕 테크를 탄 왕이라, 조선에서 비교적 절대 왕권을 휘두른 왕이었죠. 유아인은 그런 숙종을 정말 찰떡같이 소화합니다. 그야말로 오만하고 우아한 권력자 그 자체였어요.

 

이 드라마에서 숙종은 푸른색 곤룡포를 입고 나오는데요. 전에 듣기로 제작진이 아르마니 수트 같은 느낌의 한복을 원했다고 하더라구요. 옷까지 숙종다운 느낌이었습니다.

 

 

출처 : 장옥정 사랑에 살다 캡처

 


장옥정, 사랑에 살다의 또 다른 매력은 장옥정과 인현의 욕망입니다. 이제까지 두 사람의 이미지는, 장옥정은 희대의 악녀, 인현왕후는 성녀 같은 평면적인 이미지가 강했었는데요. 이 드라마에서 두 사람은 모두 마냥 나쁘지도 않고 마냥 착하지도 않습니다. 각자의 욕망이 뚜렷하게 드러나는 편이었어요.

 

인현왕후는 서인 명문 사대부가의 여식으로 어려서부터 중전이 되기 위해 키워졌고, 본인도 그걸 원했죠. 긴 시간을 내다보고 반드시 중전이 되겠다는 야망으로 혜민서 구휼일을 꾸준히 하기도 하고 나름대로 자신이 할 수 있는 준비를 해나갑니다.

그당시 여성으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 권력자에 오르려는 욕망을 숨기지 않습니다. 언행에서 엘리트 사대부 집안에서 나고 자란 사람의 우아하고 고고한 기품과 오만함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장옥정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옥정이는 소중한 것을 잃지 않기 위해, 더 당하지 않기 위해서 나름대로 자기 힘으로 헤쳐나가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순에게 기대지 않고 자기 목숨을 패로 던져가면서 사랑도 얻고 정치적 입지를 다져갑니다. 자신은 발버둥쳐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고귀한 신분이라는 이유로 쉽게 얻는 인현을 보면서 느끼는 분노, 무력감도 있었구요. 드라마 소개대로 신분의 틀 안에서 좌절하지 않고 자기 인생을 개척해나가려는 면이 분명 있었습니다.

 


드라마 방영 중에는 장옥정을 연기했던 김태희 배우에 대한 논란이 좀 있었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그렇게까지 논란이 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초반에는 확실히 위태위태한 감이 있었지만, 뒤로 갈수록 장옥정의 내면을 잘 표현해냈고 연기도 안정적이었습니다.

 

가끔 위태할 때가 없지는 않았지만 대부분은 괜찮았고, 그 이전 연기에 비하면 장족의 발전을 보여줬다고 생각해요. 사극이 현대극보다 연기가 더 까다롭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더욱 그랬구요.


출처 : 장옥정 사랑에 살다 캡처

 


하지만 이 드라마를 쉽게 추천하기 어려운 건 그 외 단점들이 무수히 많기 때문입니다....ㅠㅜ

 

가장 큰 문제는 뒤로 갈수록 드라마의 동력이었던 캐릭터들이 매력을 잃어버린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인 옥정이는 후반으로 갈수록 캐붕이 일어나서 단순히 클리셰 범벅의 악녀st.로 바뀝니다. 뜬금없이 인현왕후 앞에서 숙종과 애정을 과시하는 씬이 나온다든지 그냥 흔한 악녀가 돼버렸어요.

인현왕후도 뒤로 갈수록 그냥 착하기만 하고 무능하고 아무 것도 모르는 여자가 되어 버리구요.

 


드라마 전개가 왜 저러나 싶을 정도로 이리 뛰고 저리 뛰는 장면들도 많습니다. 당연히 감정선도 이리저리 튈 때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24부작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고 싶었던 것 같아요. 일단 숙종과 관련된 여자들만 인경왕후, 인현왕후, 장옥정, 최숙빈 4명이나 되는데 각자의 이야기도 나오고, 옥정이는 동평군과 삼각관계도 나와야 하고 치수라는 옛날 남자와의 관계도 있습니다. 정치적으로는 환국도 나와야 하고 역모 사건도 나옵니다. npc도 아니고 옥정이한테 어떤 궁녀가 역모 줄거리를 설명해주는 씬이 있을 정도였죠.

 

 

그 와중에 감독님은 개그씬도 넣고 싶었는지 뜨악한 장면이 여러 번 나옵니다. 종친이 사극에서 노상방뇨라뇨 세상에(...) 오죽하면 본방 때 다음에는 똥도 나오는 거 아니냐는 말이 있었을까요ㅠㅜ

 

 

출처 : 장옥정 사랑에 살다 캡처

 


아무리 퓨전사극이라지만 무리수 장면도 한두개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사극인데 네가지 없다는 대사가 나오는가 하면, 인경왕후는 일개 사대부 여식이었던 인현과 중인인 옥정이한테 존대를 합니다...안그래도 원래 역사와 다른 게 많은데 너무 심한 설정들 때문에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숙종은 말이 옥정이한테 돌진하는 걸 보고 그거 구해주려도 뛰어들었다 정신을 잃질 않나... (옆에서 보던 동생이 이제 숙종 기억상실 되는 거냐고 했던 기억이 나네요 ㅋㅋㅋ) 숙종이 옥정이에게 취선당 선물해줄 땐 바닥에 촛불 깔고 이벤트도 해줬구요 ㅋㅋㅋ 내가 지금 사극을 보는지 재벌2세 나오는 드라마를 보는지 모를 지경이었습니다.

 


옥정이의 패션디자이너로서의 역량을 보여주고 싶었던 건지 패션쇼하는 장면까지 나옵니다. 마네킹에 한복 입히는 건 물론이구요. 거의 판타지소설급이었죠. 그리고 그 유명한 목우촌ppl씬이 바로 장옥정, 사랑에 살다에 나옵니다. 전 처음에 잘못본 줄 알고 제 눈을 의심했었네요 ㅋㅋ

 

 

출처 : 장옥정 사랑에 살다 캡처

 


연출의 한계도 뚜렷합니다. 특히 멜로씬 연출이 촌스러울 때가 한두번이 아니었어요. 옥정이와 숙종은 고전소설급 우연으로 우연한 만남을 남발합니다. 운명이었다는 걸 강조하고 싶은 건 알겠는데 어지간해야죠ㅠㅜ액션씬도 정말 별로였구요..

 

숙종이 복선군을 죽인뒤 죄책감에 힘들어하는 장면들도 갑자기 귀신으로 과녁에 등장하질 않나, 해리포터의 목이 달랑달랑한 닉을 보는 줄 알았습니다.

 

마지막에는 캐붕된 캐릭터들에 대한 애정을 붙들고 애증으로 드라마 시청을 마쳤네요.

 

 

수많은 단점들이 있긴 하지만 “원래” 옥정이와 이순의 캐릭터가 너무 매력적이고, 연인이자 정치적 동반자로서 두 사람의 관계성이 좋아서, 개인적으로는 재미있게 봤던 드라마였습니다. 캐릭터의 매력이 중요한 분들이라면 한번 쯤 보셔도 좋을 드라마였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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