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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무엇으로 사는가, 소울 리뷰

kaayaa 2021. 1. 29. 1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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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문에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일이 잘 없는 것 같습니다. 소울은 간만에 영화관에서 보게 된 영화였는데요.
믿고 보는 픽사인만큼 이번에도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본편이 좋았던 건 말할 것도 없었고, 픽사의 전통대로 시작 전에 나오는 짧은 애니메이션도 정말 좋았습니다.

 

 

**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소울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습니다.


"뉴욕에서 음악 선생님으로 일하던 ‘조’는 꿈에 그리던 최고의 밴드와 재즈 클럽에서 연주하게 된 그 날,

예기치 못한 사고로 영혼이 되어 ‘태어나기 전 세상’에 떨어진다.

탄생 전 영혼들이 멘토와 함께 자신의 관심사를 발견하면 지구 통행증을 발급하는 ‘태어나기 전 세상’ ‘조’는

그 곳에서 유일하게 지구에 가고 싶어하지 않는 시니컬한 영혼 ‘22’의 멘토가 된다.

링컨, 간디, 테레사 수녀도 멘토되길 포기한 영혼 ‘22’ 꿈의 무대에 서려면 ‘22’의 지구 통행증이 필요한 ‘조’

그는 다시 지구로 돌아가 꿈의 무대에 설 수 있을까?"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조는 재즈가 인생의 전부이자 삶의 의미, 인생의 불꽃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다시 지구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반면 22번 영혼은 삶에 대한 태도가 시니컬하기 그지 없습니다. 삶의 불꽃이 될 관심사를 발견하는 일도 지루하고 따분하고 도무지 가치없는 것들 뿐인 것처럼 보입니다.

 

조와 22번은 서로 비슷한 점이라고는 찾기 힘든 너무나 다른 영혼들입니다. 그런 두 사람이 함께하면서 서로가 아니었다면 할 수 없었던 경험들을 하고, 그런 경험들을 통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과 관계성이 인상 깊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에서는 사고로 조의 몸에는 22번이, 조와 함께 있던 고양이에 조의 영혼이 들어가게 되는데요. 조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과 행동을 했을 때,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게 되고 그들의 새로운 일면을 알아가게 됩니다.

 

단골 미용사는 사실 어려운 경제적 여건으로 어쩔 수 없이 미용사 일을 시작했었습니다. 조는 늘 자기 꿈에만 관심이 많고 다른 사람에게는 큰 관심이 없었기에 오랫동안 그를 봤으면서도 한 번도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없었죠. 늘 피하기만 했던 엄마의 반대에 정면으로 부딪치자 오히려 엄마는 마음을 바꿔 조를 도와주게 됩니다.

 

조는 재즈를 연주하는 사람이면서도 실제 삶의 태도는 재즈와 전혀 관계가 없습니다. 내 정해진 생각의 틀 안에서는 너무나 당연한 일이 사실은 그렇지 않을 수 있고, 사람과의 관계에서 내가 다르게 행동하면 같은 상황이라도 얼마나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는지 생각하게 됐던 거 같아요.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꿈에 그리던 밴드에서 공연을 한 뒤 조의 반응도 기억에 남았습니다. 공연은 성공적이었고 인생 최고의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생각했던 것과 기분이 달랐죠. 조의 우상이었던 섹소포니스트 도로테아의 말이 그 답이 됐던 거 같습니다.

평생 바다로 가고 싶었던 젊은 물고기가 나이든 물고기에게 물었지. “바다를 찾고 있는데요.”
늙은 물고기가 말했어 “여기가 바다란다.”
어린 물고기가 말했다. “여기가 바다라구요? 여긴 그냥 물이잖아요.”

사람들은 산 너머에 행복이 있다고 하지만, 실은 산을 넘어가면 다른 산이 나올 뿐인 거 같습니다. 삶의 열정, 스파크가 되는 일이 있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이지만, 그게 다는 아닌 거 같아요. 태어나기 전 세상에서 제리가 말한 것 처럼, 스파크는 그저 스파크일 뿐 삶의 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제가 조보다는 22번과 비슷해서인지, 개인적으로는 22번에게 더 감정이입이 됐어요. 한 번도 열정적으로 뭔가에 빠진 적도 잘 없고, 어렸을 때부터 쭉 되고 싶은 일도 하고 싶은 일도 딱히 없었습니다.

 

22번은 지구에서의 삶에 관해 겉으로는 굉장히 시니컬한 태도를 보이지만, 사실은 경험은 하나도 없고 지식만 있을 뿐이고, 그저 겁이 많은 존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가 만난 수많은 학자와 철학자 멘토들과 논쟁할 지식은 있지만, 햇빛, 시원한 바람, 맛있는 피자, 그 어떤 것도 그는 “실제로” 알지 못합니다. 지구에 왔을 때는 처음에 너무 무서워서 숨어있기까지 하구요. 삶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22번 같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리고 딱히 22번의 열정을 일으킬 목적도 없었기에 22번은 스스로 자격이 없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방황하는 영혼이 되어 버립니다.

그래서 마지막에 조가 22번에게 건네는 낙엽이 감동적이었습니다. 내 삶의 열망과 열정을 불러일으키는 무언가가 없어도 괜찮다고, 정보와 지식만이 아니라 실제 세상에서 무언가를 피부로 경험하며 삶을 누려만 가도 좋다고, 위로를 받는 기분이었습니다. 혹은 내 삶의 목적이라고 생각했던 무언가가 더 이상 목적이 아니게 되고 사라진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그걸로도 괜찮다고 말해주는 기분이었네요.

 

 

출처 : 네이버 영화 스틸컷

 

 

영화 소울은 재즈 음악도 자주 나옵니다. 아무래도 주인공이 재즈를 하는 사람이다보니 음악이 안 나올 수가 없죠. 영화 분위기와도 너무 잘 어울리고, 음악도 좋아서 영화 끝난 뒤에는 ost도 바로 찾아봤습니다. 몇몇 곡을 빼고는 길이가 너무 짧아서 좀 아쉽긴 한데 그래도 자주 듣게 될 거 같아요. 

 


조와 22번처럼 어떤 사람들은 하고 싶은 무언가가 굉장히 뚜렷한 사람이 있고, 어떤 사람은 딱히 그런 일 없이 흘러가는 사람들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어떤 인생을 살아가든 여전히 당신의 인생은 의미와 가치가 있고, 그러니 삶을 누리면서 살아가라는 메시지가 위로가 되는 영화였습니다. 픽사 애니메이션이 대부분 그렇지만, 아이보다는 어른들에게 힐링이 되는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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