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추천하는 사극시리즈 5 - 조선로코 녹두전

이제까지 추천했던 사극은 대체로 진중하고 어두운 사극들이 많았는데요.
이번에 추천하는 사극은 가볍고 발랄한 로코 사극입니다.
지금까지 나왔던 작품들 중에서는 가장 최근 작품이기도 하죠.

 

**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출처 : KBS 조선 로코 녹두전 공홈

 

 

드라마 조선 로코 녹두전은 네이버에서 연재됐던 ‘녹두전’이라는 원작 웹툰을 각색한 드라마입니다.
원작을 보진 않았는데, 드라마는 각색이 많이 되어서 원작과는 매우 다르다고 하더라구요.

조선 로코 녹두전은 쌈마이웨이의 김동휘 감독, 구르미 그린 달빛의 임예진 작가의 조합이고
장동윤, 김소현배우가 주연을 맡았습니다.

 

 

섬에서 살던 녹두(장동윤)는 넓은 세상에 나가보고 싶지만 아버지는 절대 섬 밖으로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합니다.
어느 날 정체불명의 살수 무리가 녹두의 집을 습격하고
녹두는 살수들을 쫓아 육지로 나갔다가 과부촌에 들어가게 됩니다.

 

 

 

출처 : KBS 조선 로코 녹두전 공홈

 

개인적으로 조선 로코 녹두전의 매력은 두 가지 정도였는데요.

첫 번째는 장동윤 배우의 여장 연기입니다.
남장여자와 달리 여장남자는 자연스럽기가 어려워서 잠깐 코믹한 씬을 연출하기 위해 나오는 정도인데요.
어떻게 이렇게 찰떡같이 소화하는지 신기할 정도로, 여장남자 연기가 정말 일품입니다.

보통 남자가 여장을 하면 얼굴은 어떻게 소화할 수 있어도
어깨나 키 같은 피지컬 때문에 여자 느낌을 내기 쉽지 않은데요.
장동윤 배우도 이 배역을 위해서 살을 굉장히 많이 뺐다고 합니다.

복장도 한복이라 비교적 선이 두드러지지 않는 옷이라서
분명히 남자인데도 묘하게 고운 선 연출이 정말 잘 됐더라구요.

목소리도 여자 같은 느낌을 잘 구현해 냈습니다.
예전에 본 인터뷰에서도 너무 과하게 하이톤을 내지 않으면서
여자 느낌이 나는 톤을 잡으려고 신경을 많이 썼다고 해요.
보통 남자가 여자 연기를 하려고 하면 톤 잡기가 쉽지 않을 텐데
하이톤이 아닌데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여자 연기를 할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특히 나중에 동주(김소현)에게 여장남자라는 걸 들킨 뒤부터는 동주와 남자 목소리로 말하다가
다른 사람이 오면 순식간에 여장남자로 바뀌는 모습이 정말 코믹했어요.

 

 

 

 

두 번째는 녹두와 동주, 두 사람의 케미였습니다.

제목에서 선언했다시피, 이 드라마는 로코 사극인데요.
다른 드라마들도 안 중요한 건 아니지만, 로코만큼 두 주인공의 케미와 합이 중요한 장르는 없을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두 사람의 케미는 제가 봤던 역대 로코에서도 탑을 찍을 만큼 좋았습니다.

기생이 되기 싫어하는 왈가닥 동주와, 본의 아니게 조신(?)한 척 하고 있는 녹두 두 사람 케미가 환상의 콜라보였어요.
특히 이제 어머니라고 부르라는 드립이나 녹두가 남자라는 걸 알고 급발진하는 동주라던지 ㅋㅋ
한 화 내내 빵빵 터질 때가 많았습니다.

후반부로 가면 두 사람의 과거 때문에 이야기가 다소 무거워지기도 하는데요.
녹두의 출생의 비밀이 드러나면서 애절해지는 후반부 로맨스 케미도 좋았어요.

저는 한 사람이 성별을 속이면서 나오는 로코 에피들이 오그라들어서 잘 못 보는 편이거든요.

녹두전에서는 그런 장면들이 과하지 않지만 웃긴 정도로 딱 잘 그려졌던 것 같습니다.
한바탕 깔깔거리면서 볼 수 있는 로코 사극이었어요.

 

 

 

출처 : KBS 조선 로코 녹두전 공홈

 

아쉬운 점도 약간 있긴 했습니다. 길지 않은 분량에 두 사람의 로맨스와 녹두의 과거 서사까지 나와야 해서
후반부에서 과부촌 무월단 등장이 좀 뜬금없이 나오거나 어설퍼 보이기도 했고,
정치 서사는 확실히 빈약한 편이었습니다.
능양군(인조)과 광해군과의 역사도 실제 역사와는 아예 달랐구요.

무월단 설정은 PC 트렌드를 많이 반영하려고 했던 시도 같은데
전체 이야기에 다 버무리기에는 다른 이야기가 많아서 다소 무리가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래도 드라마가 워낙 로코에 방점을 찍고 진행되는 사극이라 크게 문제가 될 정도는 아니었네요.
재미있는 로코 사극을 보고 싶은 분들께는 꼭 추천하고 싶은 드라마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