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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키는대로 리뷰
영화 꾼, 한바탕 즐기는 사기극 본문
케이퍼 무비는 어느 사이엔가 우리나라 영화판에서 흔한 장르가 되어 버렸죠.
타짜나 범죄의 재구성처럼 워낙 짱짱한 케이퍼 무비들도 많아서 이제는 웬만한 영화들은 눈에 잘 안 들어오더라구요.
거기다 이런 류의 영화들이 여러 번 성공하면서 우리나라 케이퍼 무비의 클리셰들이 자꾸 쌓이고, 자연스레 잘 안 보게 됐던 거 같아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 ‘꾼’은 전형적이지만 지루하지 않게 포지션을 잘 잡은 영화였습니다.
**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영화 ‘꾼’은 희대의 사기꾼 장두칠의 피해자들을 보여주면서 시작됩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에게 사기를 당했고 어마어마한 돈을 챙기도 장두칠은 해외로 도피합니다.
지성(현빈)의 아버지는 장두칠의 여권을 위조해주고 돈을 받으러 갔다가 살해당하죠. 그 후 장두칠이 해외에서 사망했다는 뉴스가 나오지만 그가 살아있다는 소문도 떠돌고, 지성(현빈)은 아버지의 복수를 위해 장두칠을 추적합니다.
몇 년 뒤, 지성(현빈)은 장두칠 사건의 담당 검사였던 박희수(유지태)와 만나 장두칠을 잡자고 제안합니다. 잡는 걸 도와줄 테니 대신 장두칠의 해외 도피를 도왔던 고위 공직자들의 명단을 넘겨받기로 하죠.
박검사는 사기꾼 3명 고석동(배성우), 김과장(안세하), 춘자(나나)을 비공식 수사루트로 데리고 있었는데요. 5명은 장두칠의 심복 곽승건(박성웅)에게 접근하기 위해 사기판을 짜기 시작합니다. 한편 박검사는 장두칠 검거가 아닌 다른 목적을 위해 은밀히 작전을 세우고, 이를 눈치 챈 다른 사람들도 각자만의 계획을 세우기 시작합니다.
영화 꾼은 다른 케이퍼 무비들과 비교해서 특별하지는 않습니다. 사기꾼들이 서로 속고 속이는 판, 부정부패한 정치인들, 같이 사기를 치다가 일어나는 내분은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케이퍼 무비의 흐름을 착실하게 따라갑니다.
하지만 “너무 뻔한” 표현들을 답습하지는 않아서 좋았어요. 예를 들어 선수 입장, 진행시켜 같은 오그라드는 대사도 별로 없었구요. 그 외에도 히키코모리 느낌 나는 해커, 갑툭 피어나는 사랑과 우정 같은 것들도 없었습니다. 해커 김과장의 캐릭터가 투머치하지 않고 그냥 평범해서 오히려 마음에 들었어요.
그러면서도 케이퍼 무비의 정석을 차근히 잘 밟아가는 영화라, 수작이라고 하긴 어려워도 나름의 매력이 있었습니다. 거기다 의외로(!) 나나와 박성웅 두 사람의 케미합도 신선하고 재미있었습니다 ㅋㅋ
보통 사기꾼들이 서로 사기를 치는 영화에서는 반전이 기다리기 마련이죠. 영화 꾼은 흔한 반전에서는 그래도 한 발자국 더 나아갑니다. 장두칠 사건의 피해자들을 지성이 예전부터 미리 접촉해서, 박희수를 끌어들이기 위한 큰 판을 짰다는 건 그래도 나름의 반전이 됐어요.
고석동이 일부러 감옥에 갔다와서 박희수의 부하가 되는 설정은 좀 허술해 보였고 막판에 한꺼번에 악역들을 잡아넣는 씬은 너무 허무하게 끝나는 감이 있었지만, 너그러이 넘어갈 정도는 됐습니다.
솔직히 이 영화에서 가장 어색했던 부분은 현빈이라는 배우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사기꾼 출신 아버지 밑에서 범죄를 배우면서 컸던 거 같고, 아버지가 죽은 뒤로는 몇 년간이나 해외를 떠돌며 장두칠을 찾으려고 고생했는데 얼굴을 보는 순간 개연성이 사라져요(....) 다른 사기꾼 멤버들과 같이 서 있으면 혼자서만 현실감이 떨어지는 피지컬&외모라서 그게 가장 몰입을 방해하는 점이었네요ㅠㅜ
영화 ‘꾼’은 엄청난 작품성이나 신선함을 기대하지 않는다면 충분히 재미있게 볼 만한 영화였습니다. 제 개인적인 평점은 5점 만점에 3.5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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